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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the Rockies 록키동네에서 살아가는 일상생활,여행,록키산 하이킹이야기
@@사는이야기

(사람) 다이앤아줌마

by 캔디wildrose 2010. 2. 12.

검은머리 한올도 없이 뽀오얀 머리카락뿐인 다이앤!

뽀오얀 머리와 나이든 얼굴 그리고 깔끔한 외모를 보며

몇살인데 이 일을 하러왔느냐고 차마 물어볼수가 없었다.

 

며칠동안을 나는 다이앤이 고객들의 짐을 들고

' I carry out for you !' 'I help out for you'라는 말을 하며

쇼핑 그로서리 비닐백이 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밖으로 나갈려고 할때에

고객의 얼굴 표정을 슬쩍 읽어보았다.

건장한 젊은 남자들은 다이앤의 뽀얀머리와 노인할머니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어찌할수없는 묘한 어슬픈 미소를 띄우고는 앞장을 선다.

쌀쌀맞게 생긴 젊은 여자가 두서너개의 봉지를 무겁다고 주차장까지 들어다 달라는 주문을 한다.

다이앤의 하얀머리를 보면서도 눈도 깜짝않고 당당히 앞장서서 걸어간다.

이럴땐 난 비닐백을 양손에 들고 따라나가는 다이앤의 표정이 어떤가 살펴본다.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라 다이앤이 한두어달 하다가 그만두겠지 여겼는데

6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이일을 하고있다. 

 

다이앤이 일을 시작하고서 한달쯤 뒤에

유럽으로 2주간의 크루즈여행을 간다며 휴가를 내었다.

얘기가 나온 이참에 나이를 물어봐야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하고는

어디어디를 가는데?- 8개 나라! 

얼마에 가느냐? - 2000불! 

누구랑 가는데?-여자친구랑!

부럽다!하면서 시작된 대화에서 다이앤이 내가 염려했던 마음과는 달리

오히려 거침없이 온갖 이야기를 다하는 것이었다.

 

알라스카크루즈, 카리비언크루즈,멕시코크루즈도 다녀왔고

중국도 베이찡, 상하이를 두번이나 여행하였으며

며느리가 중국여자라 중국에 갔을때 며느리 친정가족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은 얘기며 ~~

남편은 5년전에 넓은 에이커리지집 마당에서 갑자기 일어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얘기며~

 

아버지는 항가리언이고 어머니는 폴리쉬여서

헝가리말도 할줄알고 폴란드말도 하며 다이앤은 카나다에서 태어났기에 영어가 주된 언어이고 ㅎㅎ

황량한 벌판만 있는 사스케챠완주의 가난한 농장에서 여러 형제들과 힘든 일을하며 살았다고 한다.

'가난한 농장'이라는 말을 강조하기에

'넓은땅을 가졌는데 가난한건 아닐텐데~' 했더니

'땅만 넓었지 쉴새없이 힘든일을 해야만 했으니 

자라면서 언제나 그곳을 빠져나올 생각만하면서 살았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이라 늘 술에 취한 모습이었으며~~~~

엄마는 동생이 3살때에 죽은뒤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그 뒤에 낳은 동생이 죽은 그 동생의 얼굴과 똑같았다는 이야기며  

얘기가 시작되니 술술 온갖 사연을 남의 얘기하듯 해주는것이었다.

나한테는 그것도 신기했다.

거리낌없는 다이앤의 성격을 알수있어서 좋긴하였지만~~~  

지금 사는 곳은 일하는 이곳동네의 가까운 콘도에서 혼자 살고있다고....

아들 둘은 결혼해서 10분이면 갈수있는 옆동네에 산다고 하였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니

다이앤의 전직이 35년간 간호원을 하고는 은퇴를 하였으며 현재 67살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다이엔! 노년연금에다 간호원연금도 나올텐데~~~'

'왜 이렇게 힘든일을 하러 온거야?'

'아니면 너가 하던 간호원일을 파트타임으로 하지 그래?~~'

'젊은 남자애들도 힘들다고 하는 이일을?'

'추울땐 영하30도가 되는 날씨에도 밖으로 나다녀야하자면 보통 힘들지가 않을텐데?'

참으로 놀랍기도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다이앤이 하는말이

-'일을 하지않고 집에서 심심하게 있는것보다 좋아. 이렇게 나오면 너희들 만나 얘기도 나누고~~'

-'일하던 병원에서 독감주사 일할 간호원이 필요하다고 오라고했지만 난 이일이 좋아 '

-'나 아직 건강해서 운동삼아 하는거야. 일주일에 4일하고 3일은 쉬니까 할만해 ~~'

'아니 다이엔 4일은 힘들지않아? 3일간 24시간정도가 좋을텐데?'

-'할수있을때에 하는거야. 아직은 할수있어~'

 

하루는 다이앤의 옆집에 산다는 80살 할머니가 시장을 보러왔다가

다이앤이 서비스일 하는것을 보고는'아니 다이앤 너 지금 므하고 있는거냐?'하니

다이앤이'나 지금 나의 시간을 갖고있는거다'고 대답한다.

그러니 그 할머니가 '난 맛있는 잠잘때가 내 시간인데 ~~ㅎㅎ' 하며 같이 웃었다. 

 

일을 하던 사람이 일을 하지않고 집에서 있게되니 무척이나 무료했던 모양이다.

생활이 될 만큼의 연금도 나올테고 혼자 살기엔 그리 부족하지 않을텐데,

그 나이에 돈을 벌기위한 것도 아닐것이고~

 

다이앤을 볼때마다 다가올 나의 67살때의 모습을 그려본다.

무료하고 따분한 외로움이 지금의 상상이상으로 내옆을 함께할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아무리 심심하고 적적해도 저런 힘든일을 하러 나올것인가?

팔팔한 10대 아이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젊은사람들이 하이얀머리의 노인이 help를 해주는 것이

아무래도 편안한 마음일수없으니 멈칫거리는 표정을 지으면

다이앤이 카트를 끌고나가며 나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미묘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표정이

안스럽다기보다는 귀엽기도 하였다.

 

'일은 일이다'는 자세로 

나이도~ 일의 종류도~ 게의치않고 성실히 일하는 다이앤의 정신력을 존경한다.

그리고 일을 하고자하는 사람이라면 노인이라도 하게끔 기회를 주는 이 사회와

무슨일이든 '일'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당연시되는것 또한 든든하다.

 

나도 몸도 건강하고 정신이 맑아 기억력이 살아있게되어

67살까지라도 일을 할수있기를 빌어본다.

다이앤처럼 일하면서 '나의 시간'을 즐길수있기를 ~~~

 

(다이앤의 일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이라 미안한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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