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눈덮인 로키산에 걸린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다가문득 사람이 그립고 아무 얘기라도 지껄이며 술을 마시고싶은 충동이 생기면유일하게 나와 술을 함께 마셔주는 분입니다.'지금 므하세요? Happy hour?''그랴,지금 헤롱헤롱 시작이야, 얼굴 좀 보자'냉장고를 열고는 술안주로 믈 가져가나? 얼마전 한국서 보내준 멸치랑 고추장!매운고추 좋아하시니 jalapeno고추도 좀 담고.....'맥주,와인, 꼬냑,위스키,보드카, 중에서 믈 마실래?''저 오늘은 꼬냑으로 마실래요'그날그날의 기분, 분위기,낮시간,저녁시간,다음날의 스케쥴에따라 마시는 술 종류가 달라집니다.'풍악은 나훈아로 틀어주세요 ㅎㅎ'오랫만에 우리말 노래도 듣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괜한 한국교민 이름 올려놓고 나쁜넘이니 미친넘이니 욕도 해보고 ㅎㅎㅎ아주 가끔(두어달만에)밖에 하지못하는 시간입니다만유일하게 우리말 실컷 해보는 날입니다.자주 만나주지 않는다고 삐치셨다가 이제는 기다리는거 아예 포기를 하시고제가 술마시러 가겠다고 전화만 넣으면 반갑다 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답니다 ㅋㅋ
제가 선생님,사모님이라고 부르는 내외분이신데 77살 75살 이십니다.카나다에 오셔서 살으신지가 40년이 거의 되셨는데선생님께서는 한국에서 젤 좋다는 S대학을 나오시고, 영국으로 국비유학도 하시고카나다에 박사학위공부하러 오셨다가 눌러 살게되셨는데.....카나다에서 교사자격증을 따셔서 High School에서 영어를 가르치시고 은퇴를 하셨어요.사모님께서도 사범학교를 나오셨고,슬하에 네명 아드님이 있는데 큰 아드님은 엔지니어로 오일회사에 다니고,둘째 아드님은 기술학교 선생님이며세째 아드님은 이곳 큰 병원의 뇌수술 특별 외과의사,네째 아드님은 치과의사,그리고 첫째,넷째 며느리는 한국. 둘째,셋째며느리는 카나디언인데 교사,의사입니다.
이렇게 다복한 Family를 이루시고 두분이 살으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부럽기야 말할수도 없지만 배울점이 참으로 많았습니다.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고 담요를 쓰고 앉아계시면서'우린 6.25를 겪은 사람들이라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돈 타는 소리로 들려'사실은 난방비도 아들들이 '제발 따뜻하게 온도 올려놓고 살으세요'하며 네명 아들들이 넉넉하게 돈을 주는데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 가슴이 조인다고...그리고 웬만한 한국교포들이면 골프 안하는 사람이 없는데 선생님께서는 골프를 안하십니다. 이유는 '부부가 같이 하는건 몰라도 혼자서 골프한다고 여자를 혼자 집에 두고 어떻게 나가느냐.' -사모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그래서 꼭 두분이 할수있는 일을 하시는데 아드님이 만들어준 수영장 회원권으로 수영장에 가시고,집 정원 가꾸는일(나무,꽃, 잔디관리,채소가꾸기)지하실 꾸미기(마루깔고, 벽난로 만들기,전기공사,페인트 칠하기 등등 )가끔씩 네 아들들이 사 놓은 별장에 가서 낚시하시고,교회에서 같은 나잇대의 한국노인 친구를 사귈려고 해보셨는데'한국사람들은 이상해 술 한잔하자고 오라고하면 남자 혼자오더라 그럼 우리보고 오라고하면 나도 혼자 가야잖아 그래서 친구가 될수 없겠더라 ㅎㅎ' 하셨어요.선생님께선 술을 아주 좋아하신다. 말씀마따나 사모님 다음으로....그래서 두분이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사모님도 술을 잘 하시게 되셨답니다.사모님께서 수전증이 있으셔서(이민 오셔서 힘든일을 하셔서-양로원,소세지공장,바느질공장에서 일하셨다고) 물컵의 물이 반은 엎질러져나가도록 떠시면서도 못하시는 일이 없이 부지런하십니다.(창문 커튼 천 사다가 만드시고,음식도 일일이 만드시고,집공사 일일이 잡일 다하시고,깔끔하시기는 또.....)
제가 가장 힘들게 일할때에(조그만 가게를 할때) 두분을 우연히 알게되었는데정신적인 위로를 많이 얻었던 분입니다.직장을 옮길려고 이력서를 쓸때마다 영문 번역은 물론recommender를 해주시는 분이기도 하지요.(이력서에 前직장상사나 친구의 전화번호를 쓰는 란이있는데 전화를 해서 물어본답니다.선생님께선 영어를 잘하시니까 그야말로 끝내주게 추천말씀을 해주시지요-이때는 제가 술을 사들고 가서 말잘해주세요 합니다 ㅎㅎㅎ)그리고 컴퓨터 문제점이 생기면 문의하는 곳이고듣고싶은 한국노래 CD를 복사해주시기도 하고 ㅎㅎ....
이렇게 모든것을 다 갖추신 분들이지만 '외롭다. 술마시러 와라'고 말씀하시지요.'녜, 미안해요.자주 뵙지못해서, 전 아직 젊었으니 건강할때 일해야 되잖아요 ㅎㅎ'ㅎㅎ사실은 두분 노시는거 방해 안하고 싶어서...(약간 핑게이긴하지만)시간나면 젊은 친구랑 수다 떠는게 더 재미있지요-그런데 술 마시는 친구가 없어요-그래서 술마시고 싶은 마음이 되면 유일한 술친구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간답니다. ㅎㅎㅎㅎ내일은 dayoff니까 wine을 마시러 가야겠습니다......
***오늘 가서 먹은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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